아버지 떠난 집에 새롭게 페인트를 칠하며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100일이 다 되어 갑니다.

저와 저희 가족은 아버지가 남긴 여러가지 짐들을 정리하며 짐과 함께 조금씩 아버지를 떠나 보내고 있었죠.

아버지가 남긴 짐들 중 잡동사니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조금씩 버렸습니니다.

먹지 않고 남은 아버지의 약은 보건소에 가져다 주었죠.

그러나 곧 중요한 짐들을 골라내고 나머지는 폐기물 처리 하는 업체를 불러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만큼 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밝은 색상의 가구로 어머니를 위로하다

언제 그렇게 많은 물건들을 사셨는지 알 길이 없지만, 여하튼 짐을 다 버리고 나니 집이 허전 해 보이긴 했습니다.

어머니는 ‘집의 반을 버렸으니 버릴 게 많은게 당연하지’라며 의연한 듯 말씀하셨지만 섭섭한 표정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와 누나는 ‘이참에 오래된 가구도 바꿔요’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사실 가구가 낡기도 했지만, 혼자 남은 어머니의 기분을 바꿔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가구는 이케아에서 밝은 색상으로 골랐습니다.

소파는 란스크로나처럼 적당한 무게를 잡아주는 가죽으로 골랐죠.

집이 다시 환해지니 어머니도 기분이 좀 나아지는 듯 했습니다.

이케아 란스크로나 소파가 놓여져 있는 거실. 하얀 벽의 페인트 칠



아버지 임종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가족들과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다른 가족들은 들어올 수 없었고, 저희 가족과 누나네 가족 그리고 어머니가 함께 했었죠.

그리고 지금 남은 가족들은 새롭게 시작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암과 투병을 하면서 집 관리는 그만큼 소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암에 걸린 얼마 후 저도 결혼을 하면서 집을 떠났기 때문에 집은 그 긴 시간만큼 혼자 놓여 진 셈이었죠.

집 여기저기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헤진 곳에 페인트 칠을 하며 아버지가 떠난 자리를 새롭게 채웠습니다.

어머니도 연세가 많으셔서 친환경 페인트를 골라 집을 칠하기로 했습니다.


하얀 페인트로 다시 그리기 시작하는 우리 가족 이야기

노루페인트 순앤수 올커버를 사용했는데 일반 페인트 대비 독한 냄새도 나지 않고 발색력도 좋아서 편리하더군요.

두어번 칠하면 밑에 있는 색상이 다 가려져서 작업이 편리했습니다.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자리, 거뭇한 그 자리에 페인트를 바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의 흔적이 지워지는구나…

그러나 이내 생각을 바꿨습니다.

아버지의 흔적 위에서 새로운 행복이 시작 되는구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페인트칠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잘 하기도 어렵고 칠 한 면도 예쁘지 않죠.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가족들이 하나씩 칠해가며 다시한번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떠난 자리는 가족의 행복으로 다시 채워지고 있습니다.

잘 계시죠?
저희는 잘 지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