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병이 겪는 큰 문제 네가지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환자의 질병과 고통에 대한 진심어린 위로 입니다. 이 진심어린 위로를 가장 잘 할 수 있는건 오로지 가족 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해 준다고 해도 사랑하는 가족만큼 섬세하진 못합니다. 가족의 사랑이 담긴 간병으로 환자는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가족 간병은 또 다른 문제와 상처를 불러 옵니다.



간병이 남긴 상처들

가족 환자, 특히 돌봐야 하는 환자가 부모님이라면 누가 돌봐야 할까요?
가족 중 시간이 많이 남는 사람이 간병을 맡게 되는데요, 특히 가난한 형제가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병인 시간당 비용이 일해서 버는 시간당 임금보다 비싸기 때문입니다.
간병인 비용은 하루에 약 13~15만원 정도 됩니다.
하루에 일당으로 15만원을 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의 간병은 가난한 형제에게 약간의 위로금을 주는 형태로 진행되게 됩니다.

여기서 첫번째 감정의 상실이 발생합니다.
간병을 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환자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은 말로 다 할 수 없이 힘든 일이죠.
수술 후 회복은 그나마 낫습니다.
환자가 점차 회복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곧 임종을 향해 천천히 가고 있는 부모님을 보는 것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그리고 한번 상처 난 감정은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육체의 상실 입니다.
저는 나름대로 운동도 하고 몸도 건강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15일 정도 아버지를 간병하고 난 뒤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피폐 해 졌습니다.
좁은 간병 침대, 부실한 식사, 움직이지 못하는 좁은 장소, 환자의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 긴장감 등 편히 쉴 수 없는 일들이 수두룩 합니다.
처음엔 육체적으로 버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정신력으로 버티게 됩니다.
그나마도 버틸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여러 명이 같이 쓰는 병실일수록 더 힘든 일들이 벌어집니다.
다른 침대 환자의 소리, 조선족 간병인의 큰 목소리 등 힘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런 일들이 간병을 힘들게 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

가족 간병의 가장 큰 문제는 간병 하는 동안 사라지는 노동력 입니다.
간병을 한다는 것은 그 시간 동안 일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간병을 위해 직장을 15일동안 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또 그 기간동안 휴가를 줄 수 있는 회사는 얼마나 될까요?
이 긴 시간동안 간병을 한다는 것은 직장을 그만 둬야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 한 ‘비싼 간병인 비용 대신 임금이 싼 내가 한다’의 수준이 아닙니다.
정말 생계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서 첫번째 노동(직장)이 사라집니다.

병원비 서류를 보고 놀라는 남자

또다른 문제는 병원비 입니다. 가족간병이면 간병비는 적게 나올텐데…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에게 지출하는 비용은 항목이 상당히 많습니다.
병원비, 특진비, 환자의 식사, 기타 마실 음료, 생필품 등 집에서 싸 가지고 가더라도 새로 구비하거나 병원에서 돈 쓸 일들이 수두룩 합니다.
이 비용 역시 무시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마지막 정산 할 때 병원비도 가족 모두에게 큰 짐 입니다.
특히 형제 수가 작다면 더욱 심각합니다.
간병을 한 만큼 다른 형제가 채워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또 한번 감정이 상합니다.
경제적 문제와 감정적 문제가 동시에 오면 웬만한 사람들은 정신에 큰 타격을 받기 마련입니다.

해결방법은 없는가

최근에는 여러가지 좋은 보험 상품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특히 간병인 보험같은 상품은 제법 유용 해 보입니다.
그러나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보험이란 괜히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 입니다.
보험은 말 그대로 정교하고 정교한 상품 설계 끝에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광고처럼 보험금을 쉽게 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만약 보험에 들어야 한다면 월 수입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이상이 된다면 결국 보험비는 큰 부담으로 다가 오게 되고 해약을 하기도 하며 이럴 땐 모든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되기도 합니다.

저희 아버지는 보험도, 적금도 가지고 있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간병은 제가 했고, 그동안은 회사를 나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제가 일하지 않은 시간동안의 비용은 손실로 돌아왔죠.
많은 분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건 시대의 비극입니다. 형제 숫자가 적어서 온 비극이죠.
아쉽지만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은 미리 돈을 꾸준히 모아 놓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호스피스-완화병동이 보편화 되는 것입니다.
3인의 간병인이 돌아가며 관리를 해 주고, 환자의 가족은 그 시간 만큼은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밤에 잠을 편하게 잘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병원에 호스피스 병동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병에서 사라지는 사소한 시간의 손실이 국가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